당뇨 일기에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저의 당뇨 일기를 통해 당뇨 1년차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당뇨 진단을 받고 처음 약 처방을 받을 때, 저는 사실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직 관리로 충분히 해볼 수 있을 것 같았고, 약을 먹는 건 뭔가 ‘내가 실패했다’는 표시 같았거든요. ‘운동과 식단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고, 약을 복용하면 되돌릴 수 없는 길로 가는 것 같아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첫 약 처방을 받고도 한참 동안 고민했습니다. 정말 필요한 걸까, 조금만 더 노력하면 약 없이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약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바꾸게 됐습니다. 매일 수치를 재고, 식단과 운동을 조절해도 일정 부분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것이 몸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특히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처럼 단기간에 바로 개선하기 어려운 요인들도 분명히 혈당에 영향을 주고 있었죠. 그렇게 몸의 반응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약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현재 나에게 필요한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약은 내 몸을 돕기 위해 있는 것이지, 내 의지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 거예요.
지금도 저는 약을 무조건 오래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이 시기, 내 몸에 필요한 균형을 만들기 위해 약이 필요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어요. 약을 먹는다고 해서 포기하는 것도 아니고, 약 없이 버틴다고 해서 대단한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약 복용을 어떻게 받아들였고, 어떤 기준으로 조정해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약과 함께 생활 습관을 어떻게 같이 관리하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정리해보려 합니다.
1) 약을 시작하는 건 패배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과정
진단 직후에는 약을 복용하는 걸 마치 패배처럼 느꼈습니다. ‘아직 운동이나 식단으로 조절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약 없이 관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어요. 그래서 의사가 처방한 약을 집에 두고도 며칠 동안 망설였고, 괜히 혈당을 더 자주 재면서 스스로 괜찮다고 다독이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스스로를 다그치는 것이 오히려 몸에 더 큰 스트레스를 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혈당은 숫자가 아니라 몸 전체의 상태를 반영하는 신호였고, 약은 그 흐름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약을 시작하면서 저는 내 몸을 다른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혈당이 오르면 ‘내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몸이 지금 이런 신호를 보내고 있구나’라고 해석하게 되었어요. 혈당을 무조건 의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약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생활 패턴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걸 더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약은 단순히 수치를 낮추는 게 아니라, 생활 개선과 함께 나아가기 위한 기반을 다져주는 역할을 했어요. 그렇게 생각이 바뀌니 약을 먹는 일이 더 이상 부끄럽거나 두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두려웠지만, 지금은 약을 통해 제 몸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약은 최종 수단이 아니라, 변화하는 몸에 맞춰 균형을 잡아주는 도구였습니다. 약을 시작한 덕분에 저는 당뇨 관리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조율해가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게 오히려 제 생활을 더 유연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2) 약에만 기대지 않기 위해 함께 신경 쓴 것들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저는 오히려 더 생활 습관에 신경을 쓰게 됐습니다. 처음엔 약을 먹으면 모든 게 쉽게 조절될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어요. 약이 혈당을 도와주긴 했지만, 기본적인 생활 리듬이 무너지면 여전히 수치는 불안정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약을 복용하면서도 저는 ‘생활이 기본이고, 약은 보조’라는 원칙을 스스로 세우기로 했어요. 약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몸이 자연스럽게 좋아질 수 있는 기반을 계속 다듬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우선 식사는 더욱 신중해졌습니다. 탄수화물의 양을 무작정 줄이는 대신 식사 순서를 바꾸고, 단백질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어떤 조합과 순서로 먹느냐에 따라 혈당 반응이 달라진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에요. 운동도 강도 높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몸을 자주 움직이는 방식으로 꾸준히 이어갔습니다. 매일 몇 분이라도 걷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넣으면서 ‘지속성’에 더 무게를 두었습니다.
또 하나 크게 신경 쓴 건 수면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수면 부족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잘 몰랐지만, 직접 기록해보니 명확하게 드러났어요. 잠을 잘 잔 날은 공복혈당이 확실히 안정되었고, 반대로 수면이 부족하면 다음 날 아무리 식사를 조심해도 혈당이 높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자기 전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는 등의 작은 생활 습관도 함께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약은 중요한 도구였지만, 약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었습니다. 약이 작동하는 동안 나는 내 생활을 더 다듬어야 한다는 걸, 몸으로 느끼며 배웠어요. 그렇게 약과 생활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을 찾아가자, 몸도 조금씩 더 안정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3) 약을 끊는 게 목표가 아니라, 균형을 찾는 게 목표입니다
진단 초기에는 ‘언제쯤 약을 끊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약을 복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어딘가 모르게 실패처럼 느껴졌고, 약을 끊는 것이 당뇨를 극복하는 것처럼 여겨졌어요. 그래서 식단도 운동도 약을 줄이기 위한 수단처럼 접근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몸과 생활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약을 끊는 게 목표가 아니라, 내 몸과 생활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약을 끊는 데만 집중하면 오히려 조급해집니다. 수치가 조금만 좋아져도 약을 줄이고 싶어지고, 약을 줄였다가 혈당이 오르면 다시 좌절하게 되죠. 그런 패턴을 반복하는 동안 저는 약의 유무보다 매일의 생활 흐름이 얼마나 안정적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약을 먹든 먹지 않든, 몸이 무리 없이 반응하고 생활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진짜 목표라는 걸요. 그렇게 생각을 바꾼 뒤로는 약에 대한 압박감이 훨씬 줄었고, 그 덕분에 생활 자체도 훨씬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약을 끊어야 한다’는 강박보다 ‘오늘도 몸과 잘 지내고 있는가’를 먼저 묻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약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를 돌보는 한 방법이라는 걸 인정하고 있어요. 약과 함께하는 시간도, 약을 줄이는 과정도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저는 조금씩 더 안정된 당뇨 관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4) 약과 함께, 여전히 생활이 기본입니다
약을 복용하게 되면서 처음에는 ‘이제 생활을 조금 느슨하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유혹이 찾아왔습니다. 약이 있으니 식단을 조금 덜 조심해도 되지 않을까, 운동을 하루쯤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런 작은 방심이 쌓이면 결국 혈당은 금방 반응했습니다. 약은 도움을 주지만, 생활이 무너지면 그 도움조차 온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약을 복용하는 지금도 저는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식사는 여전히 규칙적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탄수화물 조절과 식사 순서에도 신경을 씁니다. 운동은 완벽하지 않아도 끊기지 않게 이어가고,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역시 매일 점검합니다. 약은 혈당을 안정시키는 데 분명한 역할을 하지만, 그 기반을 만들어주는 건 결국 내가 매일 쌓아가는 작은 선택들이었습니다. 몸은 약 하나로 움직이지 않고, 생활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조금씩 방향을 잡아갑니다. 그래서 저는 약에만 기대는 대신, 생활을 계속 다듬어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지금도 가끔은 힘들고, 때로는 작은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약이 있으니 괜찮다’고 안심하는 게 아니라 ‘생활을 다시 가다듬자’고 다짐합니다. 약은 나를 구해주는 마법이 아니라, 내가 내 몸을 이해하고 돌볼 수 있도록 곁에 있는 조력자 같은 존재라는 걸, 당뇨 진단 1년차의 저는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당뇨를 관리한다는 건, 단순히 수치를 낮추거나 약을 끊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니었습니다. 약을 복용하든 안 하든, 중요한 건 내 몸의 신호를 듣고, 내 생활을 조율하는 힘을 키우는 일이었어요. 약은 그 과정에서 필요한 도구였고, 나는 그 도구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약을 시작하는 것이 실패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약과 함께 몸을 이해하고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배워가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자랑스럽습니다.
약을 먹는다고 해서 포기하는 것도 아니고, 약을 끊는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루하루 내 생활을 지켜보는 힘, 그리고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감각. 이 모든 것이 당뇨와 함께 살아가는 진짜 힘이라는 걸 몸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편에서는, 당뇨를 진단받은 이후 처음 마주한 심리적 변화들, 특히 “불안”이라는 감정과 어떻게 마주하고 조율해왔는지를 솔직하게 정리해보려 합니다. 7편에서는 “진단 후 찾아온 불안, 그걸 어떻게 넘어섰을까”라는 주제로 마음 관리에 대해 깊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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