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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일기1편] 처음 당뇨 진단 받았을 때, 내가 제일 먼저 검색했던 것들

by 건강온 2025. 4. 17.

 

 

당뇨 진단 1년차가 가장 먼저 했던 일들의 저의 당뇨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당뇨라는 단어는 제 인생에서 아주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도 아니었고, 어디가 특별히 아팠던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그저 요즘 좀 피곤하긴 했고, 밤에 자주 깨서 물을 마셨으며, 간혹 눈이 침침하고 손발이 저릴 때가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일들은 누구에게나 있는 사소한 증상이라고 여겼고, 살짝 피곤하거나 나이 탓이라고 넘겨버렸죠.

 

하지만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든 날, 당화혈색소 수치 옆에 적힌 빨간 글씨와 의사 선생님의 “당뇨 초기입니다”라는 말이 모든 걸 바꿔놓았습니다. 순간 정신이 멍해졌고, 머릿속은 하얘졌습니다. ‘당뇨라고요? 제가요?’라는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고,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진료실을 나왔습니다.

 

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 정류장에서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당뇨 완치’라는 단어를 검색했습니다.

정확히는 ‘당뇨 완치 가능성’, ‘혈당 낮추는 법’, ‘당뇨 식단’ 같은 검색어들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매일같이 검색을 반복했습니다.누가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검색창이 저에게는 가장 가까운 의사였고, 상담실이었습니다. 완치가 가능한 병인지, 뭘 먹으면 안 되는지, 나 같은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앞으로 약을 평생 먹게 되는 건지… 질문은 끝없이 늘어났고, 인터넷에서 만나는 정보들은 너무 많았지만 어딘가 믿기 어려웠습니다.

 

어떤 글은 채소만 먹으라고 하고, 어떤 영상은 고기를 먹지 말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2주 만에 혈당이 정상화됐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제가 정말 알고 싶었던 건 단순한 식단표나 약 정보가 아니었습니다. “이 병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과정을 겪고 있는지”, 그들의 목소리, 실패, 시행착오, 그리고 회복의 실마리 같은 것들이었어요.

그렇게 몇 달 동안 정보를 찾고, 나를 관찰하고, 조금씩 기록해왔습니다.

 

그리고 당뇨 진단을 받은 지 1년이 되는 지금,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전문가가 아니지만,이 병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처음 그 검색창 앞에 앉아 있던 제게, 그리고 지금 그 자리에 있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기록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 글은 그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당뇨 진단을 받고 나서, 제가 가장 먼저 검색했던 것들 그리고 그 안에서 느낀 혼란과 방향 찾기의 순간들을 담아보았습니다.

 

1) 제가 처음으로 당뇨에 대해 검색한 것 – ‘완치될 수 있을까요?’

진단을 받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뭘 해야 할지도 막막했어요. 아무도 나에게 “당뇨가 뭔지”, “이 병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설명해주지 않았고, 진료실에서는 듣는 둥 마는 둥 긴장만 했던 터라 일단 인터넷 검색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제가 처음으로 입력했던 단어는 아주 본능적이었어요.

‘당뇨 완치’

 

제가 진짜 바랐던 건 ‘괜찮아질 수 있다’는 말이었고,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어요’라는 확신이었거든요.

완치라는 단어는 그 모든 불안을 가리는 희망처럼 느껴졌습니다.검색 결과는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물만 마셔도 혈당이 떨어지는 비법”,

“이 음식만 먹으면 당뇨 해결!”,

“단기간 당뇨 탈출 성공 후기”

 

같은 글이 눈에 들어왔고, 마음 한쪽에서는 “진짜일까?” 싶으면서도또 한쪽에서는 “제발 사실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랐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을 헤매고 나서야 그 많은 정보들 중에서 공통된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당뇨는 완치되는 병이라기보다는, 잘 관리하면서 평생 조절해나가는 병이다.” 결국 이 한 문장에 제 상태를 받아들이는 첫 단추가 달려 있었던 거예요.

 

완치가 아니라 조절, 치료가 아니라 관리. 이 단어들이 처음엔 너무 낯설고 무거웠지만, 그게 지금 제 삶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완치를 바랐던 마음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바람은 저를 검색창 앞으로 데려갔고, 그 검색은 저를 공부하게 만들었고, 공부는 곧 제 삶을 바꾸는 실천의 시작이 되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완치’라는 단어는 병을 이기겠다는 오기가 아니라 “나는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라는 다짐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뇨 진단 1년이 지난 지금,그 다짐은 아직도 제 안에서 작고 단단하게 살아 있습니다.

 

2) ‘무엇을 먹으면 안 되는지’에 집착했던 시절

진단 다음 날 아침, 저는 평소처럼 밥을 차리려다가 멈췄습니다. ‘이제 밥도 못 먹는 거야?’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당황한 저는 결국 밥 대신 상추와 달걀, 닭가슴살을 꺼내 대충 식사를 때웠습니다. 그날 이후 며칠 동안, 저는 매 끼니를 앞두고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무엇을 먹으면 안 되는지, 어디까지 먹어도 되는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또다시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당뇨에 좋은 음식’, ‘혈당 안 오르는 식단’, ‘당뇨 환자 식단표’. 검색창에는 수없이 많은 정보가 나왔고, 그중엔 너무 제한적인 식단표도 있었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글들도 많았습니다. 한 끼에 현미밥 1/3공기, 삶은 채소 몇 조각, 고기는 금지. 이런 식단은 오래 유지하기 어려웠고, 며칠 지나지 않아 몸은 점점 기운이 빠졌고, 머릿속은 텅 비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제 관심은 오직 “무엇을 먹으면 안 되는가”에 집중돼 있었어요. ‘밥, 면, 떡, 과일, 주스, 감자… 전부 안 되겠지?’ 하나둘 음식을 목록에서 지우다 보니 정작 ‘내가 먹어도 되는 음식이 뭐지?’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뇨는 ‘금지의 질병’이 아니라 ‘조절의 질병’이라는 기본 전제를 몰랐던 탓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몇 주가 지나서야 저는 조금씩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먹으면 혈당이 덜 오를까?’, ‘어떤 조합으로 먹으면 안정적일까?’ 이런 질문을 하면서, ‘무엇을 피할까’에서 ‘어떻게 조절할까’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먹는 방법을 공부하면서 하나둘 음식을 되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밥도 먹고, 과일도 먹습니다. 다만 ‘어떻게’ 먹느냐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 시작은, 금지의 목록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 스스로와 화해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때의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조건 굶지 말고, 네 몸을 믿고 천천히 배우자”는 말이었어요. 당뇨는 외워서 관리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배움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3) ‘이게 정말 당뇨 증상이었나?’ 되짚어보게 된 순간들

당뇨라는 말을 듣고 나니, 그제야 예전의 내 몸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그저 피곤한 날이 좀 많았고, 가끔 잠들기 전에 물을 유난히 많이 마셨을 뿐이었어요. 아무 이유 없이 한밤중에 깨서 화장실을 가는 날이 몇 번 있었고, 손발이 저리거나 아침에 눈이 뻑뻑하던 날도 있었죠. 그 모든 게 피로나 건조함 때문이라고 넘겨왔던 증상들이, 알고 보니 당뇨와 연결될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저는 원래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편이었는데, 그땐 체질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손에 작은 상처 하나가 나도 며칠씩 낫지 않았고, 종종 잇몸이 붓거나 피부 트러블이 자주 생겼습니다. 그런 사소한 몸의 신호들을 무심코 흘려보내다가 당뇨라는 진단을 받고 나니, 마치 퍼즐이 맞춰지듯 설명이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몸은 분명히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나는 그걸 ‘별거 아닌 것’으로 넘기고 있었던 거죠.

 

특히 기억나는 건, 자주 졸리던 오후 시간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눈꺼풀이 쏟아지던 그 느낌. 예전엔 그걸 그냥 ‘식곤증’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었더라고요.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내 일상 속의 피로와 나른함조차 다른 의미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진단 후 자료를 찾아보며 알게 된 건, 당뇨 초기 증상은 생각보다 훨씬 교묘하고 평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뚜렷한 통증이나 이상한 수치보다도,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불편한 감각들. 그 모든 것들이 지금 돌이켜보면 작은 경고였던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사소한 몸의 신호도 그냥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몸이 하는 말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는 것, 그건 당뇨가 제게 준 의외의 변화 중 하나입니다.

 

4) ‘다른 당뇨가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지?’

처음엔 그냥 검색만 했습니다. 당뇨에 좋은 음식, 혈당 낮추는 법, 완치 가능성, 식단표, 운동법.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검색창에 이런 질문을 입력하고 있더라고요. ‘당뇨 진단 받은 사람 후기’, ‘식단 실패한 사람 이야기’, ‘1년 지나면 어떻게 되나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사람이 궁금해졌습니다. 이 병을 겪고 있는 사람들, 나처럼 처음엔 당황했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커뮤니티 게시판, 블로그, 유튜브를 기웃거리기 시작했어요. 어떤 분은 당뇨 진단을 받고 하루 2만 보를 걸었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식후 혈당 변화 그래프를 손글씨로 써서 매일 기록하더라고요. 누군가는 혈당기 브랜드 비교를 해줬고, 어떤 분은 약 복용과 함께 불면증이 찾아왔다는 경험을 진지하게 나누고 있었습니다. 정제된 의학 정보보다도, 이런 날것의 기록이 제게 훨씬 실감 있게 다가왔어요.

 

처음엔 단순히 ‘방법’을 알고 싶었지만, 점점 그들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회복이 더뎌서 좌절했다는 글, 당화혈색소가 0.1% 낮아졌다고 기뻐하는 후기, 운동을 3일 빼먹고 나서 자책했던 고백. 이상하게도, 그 글들을 보며 마음이 조금씩 놓였습니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나만 버거운 게 아니구나. 그렇게 조금씩 무너지던 마음을 다시 붙잡을 수 있었어요.

 

이 병은 정보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걸, 저는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누군가의 말이 때로는 수십 개의 논문보다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도요. 그때부터 저도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혈당 수치와 식단, 감정을 함께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어요.

 

이제 당뇨 진단 1년이 지난 지금, 저는 그 첫 문장을 이렇게 써봅니다.

“나도 그랬어요.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어요.” 

 

5) 당뇨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시작

당뇨 진단을 받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당황스러운 경험일 거예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처음엔 병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버거웠고, ‘당뇨’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도 어색했습니다.

그저 검색만 반복하며, 뭔가 확실한 답이 있길 바랐고, 하루라도 빨리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조금씩 질문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당뇨는 고칠 수 있나요?’에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로, ‘이건 먹어도 될까?’에서 ‘어떻게 먹으면 괜찮을까?’로, 그리고 ‘나만 이런 걸까?’에서 ‘같이 겪는 사람이 있구나’로요. 그렇게 나의 언어는 조금씩 달라졌고,무거웠던 감정들은 서서히 내가 관리할 수 있는 무엇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당뇨는 여전히 저와 함께 있습니다.하지만 1년 전처럼 두렵기만 하진 않아요. 그동안 배우고, 느끼고, 실천하며,

‘내가 내 몸을 돌볼 수 있다’는 작은 자신감을 조금씩 키워왔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을 정리하며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리즈는 제가 지나온 1년의 기록이며, 동시에 지금 이 길을 막 시작하는 누군가에게 전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전문적인 의료정보는 아닐지라도, 실제 사람이 겪은 흔들림과 회복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누군가에게는 조금 더 가까이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 편에서는 제가 가장 혼란스러워했던 주제,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 간단해 보이는 수치를 이해하는 데 저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거든요.

계속해서 함께 걸어가 보아요. 당뇨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단지 조심하며 버티는 삶이 아니라, 내 몸을 이해하고 선택하는 삶이 될 수 있다는 걸, 저도 이제 조금씩 알아가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