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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일기 3편] 당화혈색소 수치, 왜 낮추기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by 건강온 2025. 4. 19.

당뇨 일기

 

지난 시간에 이어 저의 당뇨일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당뇨는 수치가 아니라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는 걸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당화혈색소라는 단어는 진단 초기부터 계속 들어왔지만,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는 한참 지나서야 감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은 그날그날 수치를 보면서 반응할 수 있었지만, 당화혈색소는 단 한 번의 숫자가 몇 달 동안 나를 평가하는 느낌이었어요. ‘이번에 6.9였으니까 다음에는 6.5를 목표로 하자’고 말은 했지만, 어떻게 하면 낮출 수 있는지 그 방법조차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저는 40대에 당뇨 진단을 받았고, 수치라는 게 얼마나 사람을 흔드는지 몸으로 겪어봤습니다. 특히 당화혈색소는 짧게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그 수치에 도달하기까지 내가 뭘 잘했고, 뭘 놓쳤는지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수치를 낮추는 건 약이나 운동 하나로 되는 일이 아니라, 매일의 습관과 몸의 흐름을 일관되게 유지해야만 가능한 일이더라고요. 수치는 순간이 아니라 누적된 시간의 반영이라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왜 어떤 사람은 공복과 식후혈당이 괜찮은데도 수치가 안 떨어지는지, 그리고 제가 직접 겪으면서 효과를 본 변화는 무엇이었는지를요. 단순한 지식보다, 실제 사람이 지나온 흔적이 담긴 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저의 시행착오를 남겨보려 합니다.

 

2025.04.17 - [분류 전체보기] - [당뇨일기 2편]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이 다르다? 헷갈렸던 당뇨 수치 이야기

 

[당뇨일기 2편]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이 다르다? 헷갈렸던 당뇨 수치 이야기

“공복혈당과 식후혈당, 왜 이렇게 다르지?” 당뇨 진단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저는 매일 아침과 저녁 혈당기를 들고 혼란에 빠졌습니다. 수치는 하루하루 달랐고, 어떤 날은 식후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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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화혈색소란? – 단기 혈당이 아닌 장기 혈당의 지표

당화혈색소(HbA1c)는 당뇨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수치 중 하나입니다. 진단 초기에는 이 숫자가 왜 중요한지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공복혈당이나 식후혈당처럼 당장 매일 확인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었고, 병원에서 “이번엔 6.9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냥 평균이겠지’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공부를 하다 보니, 이 수치 하나에 지난 몇 달 동안의 생활 습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화혈색소는 혈액 속 포도당이 적혈구의 헤모글로빈과 결합된 비율을 나타냅니다. 적혈구의 수명은 약 120일이기 때문에, 이 수치는 보통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상태를 반영합니다. 쉽게 말해, 아무리 최근 며칠 동안 혈당이 잘 나왔다고 해도 그전 몇 주간 혈당이 높았다면 당화혈색소는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며칠 정도 혈당이 조금 올랐더라도 꾸준한 생활을 해왔다면 이 수치는 크게 요동치지 않아요. 그래서 이 수치를 낮추려면 ‘한순간 잘하기’보다 ‘지속적으로 관리하기’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진단 당시 저는 7.1%였고, 그 수치를 줄이기 위해 정말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당장 식단을 바꾸고 운동을 시작했고, 그날그날 혈당을 측정하며 관리에 집중했어요. 그런데도 다음 검사 때 당화혈색소는 생각보다 천천히 떨어졌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이 수치는 혈당의 순간적인 반응이 아니라 지속성, 일관성, 생활의 리듬을 반영하는 숫자라는 걸요. 마치 몸이 나에게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줄게”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전문가들은 보통 당화혈색소 수치를 6.5%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권장합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목표라기보다 방향이라고 느꼈어요. 수치를 향해 달려가는 것보다, 그 수치에 어울리는 생활을 하루하루 반복하는 게 진짜 당뇨 관리라는 걸 배웠습니다. 저는 지금도 이 수치를 보며 제가 얼마나 꾸준히 내 몸을 돌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어요. 빠른 변화가 아니라 꾸준한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 그게 바로 당화혈색소가 말하는 관리의 방식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2) 수치는 괜찮은데, 왜 당화혈색소만 안 떨어질까?

당뇨 진단을 받고 3개월쯤 지나던 시점, 저는 꽤나 성실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침 공복혈당은 110대, 식후혈당도 대부분 140 이하로 잘 관리되고 있었고, 식단도 조심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병원에서 당화혈색소를 다시 측정했을 때, 수치는 기대만큼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분명 매일 혈당기를 보며 수치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도대체 왜 당화혈색소는 그대로였던 걸까요?

 

그때부터 저는 혼란스러웠던 이유를 하나씩 짚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떠오른 건 ‘기억에서 빠진 순간들’이었어요. 정기적으로 혈당을 재던 시간 외에도, 제가 무심코 지나쳤던 간식, 야식, 혹은 식사 후 바로 앉아서 일을 하던 습관들이 있었죠. 특히 저녁 식사 이후 혈당을 재지 않고 그대로 잠들던 날들이 많았는데, 바로 그 시간대의 혈당이 꽤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당화혈색소는 일정 시간의 혈당만 보는 게 아니라, 하루 전체의 혈당 흐름을 반영하기 때문이었어요.

 

또 한 가지는 스트레스와 수면의 영향이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기간에는 특별히 더 많이 먹지 않았는데도 공복혈당이 높게 나왔고, 당화혈색소 역시 함께 상승했습니다. 불면이 반복된 시기에도 마찬가지였어요. 혈당 수치 하나하나는 괜찮아 보여도, 몸 전체의 밸런스가 흔들리면 당화혈색소에는 그대로 반영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때부터 혈당 수치 외에도 수면시간, 활동량, 감정 상태까지 함께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전체 흐름이 보였고, 당화혈색소의 의미가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당화혈색소가 잘 안 떨어지는 이유는 단순한 식단이나 운동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내가 의식하지 못한 반복된 습관, 재지 않았던 시간대의 혈당, 또는 장기적인 생활 리듬 자체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요. 수치가 괜찮다고 안심하기보다는, 그 숫자들이 진짜 내 하루 전체를 대표하고 있는지 다시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저는 이 경험을 통해 절실히 배웠습니다.

 

3) 수치를 낮춘 건 약보다도 이 ‘생활 리듬’이었어요

당화혈색소 수치를 처음으로 확실히 낮췄던 시기를 돌이켜보면, 특별한 약이나 극단적인 식단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꾸준히 반복된 생활 리듬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그 시기의 하루를 되짚어보면 식사 시간은 거의 일정했고, 늦은 밤 간식은 줄였으며, 걷는 시간도 매일 확보하려 노력했어요. 잠도 규칙적으로 자려고 애썼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그걸 바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천천히 흘려보내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무리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패턴’을 만들자 당화혈색소가 처음으로 확실하게 내려갔습니다.

 

저는 그 전까지 약을 조금 더 늘리면 수치가 빨리 떨어질 거라 기대했고, 식사량을 줄이면 효과가 있겠지 싶어서 일부러 굶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럴수록 몸이 불안정해졌고, 금세 반동이 오곤 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구나’라는 걸 알게 된 시점부터 수치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무리해서 단기간에 반응을 끌어내는 게 아니라, 몸이 좋아하는 속도로 균형 있게 반복된 행동들이 당화혈색소를 건드리더라고요. 급격한 변화보다 작은 일상의 일관성이 훨씬 더 강력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저는 ‘내가 이 생활을 3개월 이상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습관처럼 하게 되었습니다. 무리한 식단도, 지나친 운동도, 감정에 흔들려서 들쑥날쑥한 하루도 수치에는 다 담긴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지금도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당화혈색소가 평가하는 ‘전체 흐름’을 의식하려고 합니다. 당뇨 관리는 숫자를 낮추는 일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안정시키는 과정이라는 걸 몸으로 배운 셈이죠.

 

4) 지금은 수치를 읽는 눈이 생겼습니다

처음 병원에서 당뇨를 진단 받은 진단 초기에는 수치 하나에 크게 흔들렸습니다. 공복혈당이 조금만 높아도 하루가 우울했고, 식후혈당이 잘 나왔을 땐 마치 당뇨를 이겨낸 것처럼 기뻐했어요. 당화혈색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금이라도 수치가 오르면 실패했다고 느꼈고, 내려가면 그 원인이 뭔지 몰라서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수치들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혈당과 당화혈색소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나의 일상 전체가 반영된 하나의 요약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공복혈당이나 식후혈당을 측정할 때, ‘이 숫자가 말하는 게 뭘까?’를 먼저 떠올립니다. 수치 자체보다는 그날의 수면 상태, 식사 조합, 활동량, 스트레스 정도를 같이 기억하면서 봐요. 당화혈색소 역시 단순히 낮추는 게 목표가 아니라, ‘이번 3개월 동안 나는 얼마나 내 몸을 돌봤는가’를 확인하는 도구처럼 느껴집니다. 혈당기는 더 이상 나를 평가하는 기계가 아니에요. 오히려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울 같은 존재가 되었어요.

 

이제는 수치가 잘 나올 때도 왜 그렇게 나왔는지를 생각하고, 수치가 조금 높을 때도 “이번에는 어떤 패턴이 달랐을까?“라는 시선으로 접근합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었고, 관리라는 말의 의미도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관리는 숫자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그 숫자를 만든 나의 생활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결론

당화혈색소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었습니다. 이 수치는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말없이 보여주는, 말 그대로 ‘기록’ 그 자체였어요. 처음엔 왜 안 떨어질까, 무엇을 잘못한 걸까 혼란스러웠지만, 이제는 조급함보다 흐름을 보는 시선이 생겼습니다. 혈당 관리란 결국 숫자를 쫓는 일이 아니라, 그 숫자가 만들어지는 일상의 리듬을 조율하는 과정이라는 걸 배웠고, 그걸 실천하기 위해 매일 조금씩 나와 대화하고 있어요.

 

이 글을 정리하며 다시 느낀 건, 당뇨라는 병은 완치보다 ‘관계’에 더 가깝다는 사실입니다. 몸과 맺는 관계, 수치와 맺는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나를 대하는 태도까지요. 그래서 다음 편에서는 이 흐름 속에서 제가 가장 예민했던 주제, 바로 “식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4편에서는 “식단 스트레스, 더는 버겁지 않게 먹는 법”이라는 주제로, 저를 가장 힘들게 했지만 결국 가장 부드럽게 변화한 영역에 대해 공유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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