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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일기 4편] 당뇨식단 스트레스, 더는 버겁지 않게 먹는 법

by 건강온 2025. 4. 20.

 

어느새 당뇨일기도 4편이 되었네요. 제 경험이 담긴 진솔한 당뇨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뇨 진단을 받고 가장 먼저 부딪힌 건 식단이었습니다. 평소엔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한 끼가 이제는 무게를 가지기 시작했고, 먹는 것 하나하나가 ‘혈당을 올릴까?’, ‘이건 괜찮을까?’ 하는 불안과 함께 따라왔어요. 특히 40대라는 나이에 들어서면서 식사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많고, 모임도 여전히 존재하는데 그 안에서 ‘나만 조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그냥 밥 한 공기를 앞에 두고도, 머릿속 계산기부터 켜야 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처음 몇 주는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당뇨 식단표를 출력해 놓고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현미 100g, 삶은 브로콜리, 단백질은 닭가슴살 위주, 간식은 금지. 그런데 그렇게 먹고 나니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갔어요. 늘 ‘이걸 먹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앞서다 보니 식사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어느 순간에는 식사 준비가 두려워지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는 예측 가능했습니다. 며칠 참다가 폭식, 그리고 자책. 그렇게 식단은 저를 회복시키는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를 다그치는 기준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방향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식단을 ‘제한’이 아닌 ‘조율’로 다시 보기 시작했어요. 어떤 걸 먹으면 안 되느냐보다, 어떤 방식이면 괜찮을까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탄수화물은 포기하지 않고 대신 순서를 조절했고, 단백질과 함께 먹었고, 식사 후에는 무리하지 않는 산책을 붙였습니다. 식사 시간과 간격도 조금씩 맞췄고, 무엇보다 ‘먹는 행위에 죄책감을 붙이지 말자’는 다짐을 마음에 걸어두었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바꾸다 보니, 어느새 식탁은 조심해야 할 공간이 아니라, 내 몸과 화해하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1) 처음엔 식단표가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당뇨 진단을 받고 나서 가장 먼저 검색한 건 ‘당뇨 식단표’였습니다. 전문가들이 정리해 놓은 식단표가 정답처럼 보였고, 거기에 있는 식단을 하루 세끼 그대로 맞춰 먹으면 혈당이 안정될 거라 믿었습니다. 아침엔 현미밥 반 공기와 삶은 계란, 점심은 나트륨을 줄인 국과 닭가슴살, 저녁은 샐러드와 두부. 그렇게 며칠을 따라 했고, 혈당은 분명 조금씩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몸보다 먼저 힘들어진 건 제 마음이었습니다.

 

식단표를 지키려 할수록 외식은 피하게 되었고, 가족과 밥을 함께 먹는 시간도 어색해졌습니다. 아이가 밥을 더 먹으라고 권할 때 괜히 짜증이 났고, 반찬 하나 마음 놓고 집어먹지 못하는 제가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왜 나만 이렇게 먹어야 하지?’, ‘이게 평생 이렇게 가야 한다면 너무 무서운데…’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결국 어느 순간부터 식사 시간이 기다려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건, 그 식단을 어겼을 때 찾아오는 죄책감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길, 생각보다 많이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하루 종일 자신을 자책했고, 혈당이 조금 높게 나오면 “또 실패했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식사는 에너지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를 통제하는 일이 되어버렸고, 그 통제는 언제든 실패할 수 있는 불안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식단표는 참고용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걸요. 누군가의 기준이 내 몸에 꼭 맞는 건 아니고, 오히려 식사 자체에 대한 부담이 스트레스를 만들고 그 스트레스가 혈당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몸으로 체감했습니다. 결국 식단표보다 더 중요한 건 내 생활에 맞는 조율 가능한 식사 방식이라는 걸, 시행착오 끝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2) 음식보다 무서웠던 건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진단 이후, 저는 식탁에 앉을 때마다 두 가지 감정 사이를 오갔습니다. 하나는 배고픔이고, 다른 하나는 죄책감이었습니다. 어떤 음식을 먹을지보다 ‘이걸 먹어도 괜찮을까?’가 먼저 떠올랐고, 괜찮은 음식을 먹었더라도 ‘내가 정말 잘 선택한 걸까?’라는 불안이 뒤따랐어요. 먹는 순간보다 먹은 후가 더 무거웠고, 그 감정은 혈당 수치와 무관하게 반복되었습니다. 결국 음식 자체보다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저를 더 많이 위축시켰습니다.

 

이런 심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졌습니다. 고구마 한 조각에도, 라떼 한 잔에도 과하게 신경 쓰였고, 누군가 앞에서 달콤한 디저트를 꺼낼 때면 괜히 시선을 돌리게 됐어요. 특히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는 음식보다 내 반응이 먼저 의식되었습니다. ‘이걸 거절하면 분위기를 깰까?’, ‘한입 먹고 수치를 망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쉴 틈 없이 몰려왔고, 점점 식사 자체를 피하게 되었습니다. 음식은 에너지를 위한 게 아니라 심리적 전쟁의 트리거가 되어 있었던 거죠.

 

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면서 저는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무리 건강한 음식을 먹어도 죄책감을 안고 먹으면 그 스트레스가 결국 혈당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조금은 유연하게 접근하고 ‘어떻게 먹을까’를 고민하는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혈당도 안정되고, 마음도 덜 불안해졌습니다. 음식은 적이 아니고, 조절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걸, 이해하는 데는 꽤 많은 시간과 반복이 필요했지만 그 깨달음 이후 식사와의 관계는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3) 이제는 ‘무엇을 먹지 않을까’보다 ‘어떻게 먹을까’를 먼저 생각합니다

한동안 저는 식사를 선택할 때마다 ‘뭘 빼야 할까’를 먼저 고민했습니다. 밥을 반 공기만 먹을까, 드레싱은 아예 빼고 먹어야 할까, 간식은 절대 안 되는 걸까. 그런데 그렇게 빼고 또 빼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속에 반동이 쌓입니다. 결국 참지 못하고 폭식하거나, 참았던 만큼 더 자책하게 되죠. 그걸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저는 방향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무엇을 제한할까’보다는, ‘어떻게 먹을까’를 중심에 두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엔 밥을 줄이는 데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식사 순서를 조절합니다. 채소를 먼저 먹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한 뒤 탄수화물을 천천히 먹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덕분에 식후혈당이 훨씬 안정됐고, 식사 중간에 배고픔이 덜하니 간식도 자연스럽게 줄었습니다. 음식을 고를 때도 절대적인 금지보다는 ’이 조합이면 괜찮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됐어요.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단백질이나 식이섬유와 함께 먹으면 혈당 반응이 달라진다는 걸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외식도 이제는 두렵지 않습니다. 메뉴를 선택할 때 가급적 밥보다는 국수보단 잡곡밥이 있는 메뉴, 튀김보다는 구이로 조리된 음식, 달콤한 소스가 많은 요리는 소스를 따로 요청하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그리고 먹고 나서 무조건 후회하기보다는, 식후 가볍게 걷거나 물을 충분히 마시는 등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렇게 ‘먹고 난 뒤의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식사가 스트레스가 아니라 일상의 일부로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4) 지금은 식단보다 나의 ‘패턴’을 먼저 들여다봅니다

식단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했던 건 저만의 리듬과 패턴을 이해하는 일이었습니다. 같은 식사를 해도 어떤 날은 혈당이 안정되고, 어떤 날은 오르는 이유가 분명 있었고, 그 이유는 식단 그 자체보다도 수면 시간, 스트레스 수준, 식사 속도, 식사 간격 같은 패턴에서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무엇을 먹느냐보다도 ‘언제, 어떻게 먹었는가’, ‘그날의 컨디션은 어땠는가’를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예를 들어 전날 야근을 하고 늦게 자면 아무리 건강한 식사를 해도 공복혈당이 높게 나오는 날이 있었고, 외식을 했더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식사 후 가볍게 움직인 날에는 식후혈당이 의외로 잘 나왔습니다. 그걸 반복해서 관찰하다 보니, 식단은 내 혈당을 움직이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고, 결국 전체적인 생활 패턴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식사 전후 혈당만 체크하지 않고, 수면 시간이나 활동량도 간단히 메모해 두며 흐름을 기록하고 있어요.

 

식단만 고치면 모든 게 나아질 줄 알았던 초반과 비교하면, 지금은 한결 덜 조급해졌습니다. 어떤 날은 외식도 하고, 간식도 먹지만, 그 하루의 흐름 속에서 조율할 수 있다면 당황하지 않게 되었어요. 이건 수치를 낮추는 기술이라기보다는, 생활을 이해하는 감각에 가까웠고, 당뇨와 함께 살아가면서 제일 먼저 키워야 할 능력이기도 했습니다. ‘무엇을 먹었느냐’보다 ‘지금 나의 흐름은 어떤가’를 묻는 것, 지금은 그게 진짜 당뇨 관리의 시작이라는 걸 믿게 되었습니다.

 

결론

식단은 당뇨 관리의 시작이자, 동시에 가장 큰 부담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뭘 먹어야 하나’보다 ‘뭘 먹지 말아야 하나’에 집중했고, 그 결과 식사는 기쁨이 아니라 긴장의 시간이 되어버렸어요. 하지만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치면서 저는 식단 자체보다 ‘내가 이 식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극단적인 제한보다 지속 가능한 조율, 단기적인 수치보다 장기적인 리듬이 훨씬 큰 변화를 만들어준다는 걸 경험했고, 그 이후로 식사는 다시 나와 화해하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완벽한 식단은 어렵지만, 더 이상 음식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건 못 먹어’ 대신 ‘이렇게 먹으면 괜찮겠지’를 먼저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저에겐 가장 큰 변화예요. 그래서 다음 편에서는 이 변화가 어떻게 운동으로 확장되었는지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5편에서는 운동, 작게 시작해서 오래가는 습관으로 라는 주제로, 당뇨를 진단받은 후 운동과 어떻게 다시 친해졌는지, 그리고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방법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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