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이어 개인적인 1년차 당뇨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처음 당뇨 걸리신 분들은 저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강한 당뇨 생활이 되시길 바랍니다.
당뇨 진단을 받고 나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운동하세요’였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운동이 좋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혈당을 떨어뜨리고, 체중을 관리하고, 기분까지 나아지게 한다는 것도요. 그런데 문제는 그걸 알면서도 시작이 쉽지 않았다는 거예요. 특히 40대 중반을 지나면서 몸이 쉽게 지치고, ‘운동을 하려면 뭔가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오히려 저를 멈추게 했습니다. 운동은 괜히 거창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조깅, 웨이트, 요가… 다 좋지만 지금의 내 생활과 체력으로 가능한 일이 맞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아예 안 하느니 조금이라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그냥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밥 먹고 나서 5분만 걷자고 마음먹었고, 실제로 그렇게 시작한 산책은 혈당뿐 아니라 제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느꼈어요. 운동은 계획보다 ‘반복’이 먼저여야 한다는 것, 잘 하려는 생각보다 ‘계속 할 수 있는 것부터’가 중요하다는 걸요. 그렇게 ‘작게 시작한 운동’은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몸이 더 가볍게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운동을 혈당 수치를 낮추는 수단이 아니라, 내 몸과 다시 연결되는 시간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당뇨를 앓고 있다는 이유로 몸이 나를 괴롭히는 존재처럼 느껴졌던 시절이 있었어요. 하지만 걷고, 움직이고, 땀이 날 때마다 ‘아직 잘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씩 마음이 풀렸습니다. 지금도 매일 걷지는 못하지만, 매일 걷고 싶은 마음은 지니고 있고, 그걸 억지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하게 된다는 점이 예전과는 전혀 다른 지점이에요.
[40대 중반 당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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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일기1편] 처음 당뇨 진단 받았을 때, 내가 제일 먼저 검색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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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은 ‘운동답지 않은 운동’부터였습니다
당뇨 진단 후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분명 있었지만, 처음엔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체육관에 등록할 자신도 없었고, 요가나 홈트레이닝 영상은 따라 하다가 금방 지치기 일쑤였어요. 그래서 저는 정말 작게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운동처럼 보이지 않는 움직임부터’ 하나씩 실천해보기로 한 거예요.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타는 것, 버스를 한 정거장 일찍 내려 걷는 것,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마시고 거실을 한 바퀴 도는 것부터요. 처음엔 이걸 과연 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몸이 움직이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작게 시작한 습관은 몸에도 마음에도 부담이 없었습니다. 혈당 수치도 꾸준히 좋아졌고, 무엇보다 운동을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느끼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하루에 10분씩만 걸어도 기분이 달라졌고, 식사 후 잠깐의 움직임이 다음 혈당 측정 수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걸 몸으로 경험했어요. 누군가에겐 너무 소소해 보일 수 있는 움직임이지만, 저에겐 그게 오히려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어요. 운동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실천하면서 배웠습니다.
2) 운동은 ‘효과’보다 ‘반복’이 먼저였습니다
운동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효과’에 너무 빠르게 기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걷기 시작한 지 며칠 만에 혈당이 확 떨어지기를 바랐고, 체중이 줄기를 바랐으며, 그날그날의 기분도 좋아지기를 기대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결과’에만 집중했을 땐 오히려 더 쉽게 지쳤습니다. 하루 걷고 나서 다음 날 수치가 별로 차이 없으면, ‘이게 맞는 건가?’ 싶었고, 연달아 며칠 못하면 ‘또 실패했네’ 하는 자책이 먼저 찾아왔어요. 그때 저는 ‘효과가 먼저가 아니라, 반복이 먼저여야 한다’는 걸 아주 천천히 배웠습니다.
당화혈색소가 그렇듯, 운동의 진짜 결과도 꾸준함 속에서 나옵니다. 하루 이틀로 바뀌는 게 아니라, 몇 주, 몇 달을 반복하며 쌓이는 리듬 속에서 몸이 반응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하루에 얼마나 했는가’보다 ‘오늘도 했는가’를 더 중요하게 보기로 했습니다. 시간보다는 습관을, 속도보다는 흐름을 만드는 데 집중했고, 그렇게 하자 오히려 운동에 대한 부담이 줄고 몸이 저항하지 않게 되었어요. 지금도 길게 운동하지는 않지만, 하루에 10분이라도 걷고, 계단을 오르고,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몸은 조금씩 응답해주고 있습니다.
3) 지금은 운동이 나를 다그치지 않습니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땐 늘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하루 만 보는 걸 채워야 한다거나, 일정 시간 이상 땀을 흘려야 운동한 것처럼 느껴졌고, 그러지 못한 날은 괜히 찜찜하고 스스로를 책망하게 됐어요. ‘하루 쉬었으니까 내일은 두 배로 해야겠다’, ‘이렇게 게을러서 어떻게 혈당을 잡겠냐’는 생각이 습관처럼 따라왔고, 결국 그런 압박은 운동을 멀리하게 만들었습니다.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질수록 몸은 점점 움직이기를 거부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저는 운동을 목표가 아니라 대화의 수단처럼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몸이 조금 무겁다면 가볍게 스트레칭만 하고, 기분이 괜찮은 날엔 가까운 공원까지 걷는 정도로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적어도 내가 내 몸을 무시하지 않았다는 것’, 그 감각이 운동의 성과보다 더 오래 남았고, 그게 또 다음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지금은 운동이 나를 평가하거나 밀어붙이는 도구가 아닙니다. 오히려 ‘몸과 잘 지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 되었고, 그런 마음으로 움직이는 날엔 이상하리만치 기분도 평온해지더라고요.
4) 몸을 위한 움직임이 아니라, 나를 위한 움직임
운동이라는 단어는 한동안 제게 ‘몸을 관리하기 위한 도구’로만 인식되었습니다. 혈당을 낮추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혹은 건강해 보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운동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몸을 위한 의무로 시작했지만, 정작 마음이 따라주지 않으면 금세 지쳐버리고, 어느 순간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라는 회의감이 몰려왔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시도와 포기를 반복하면서, 저는 운동을 ‘나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재정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움직이는 이유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혈당도 중요하고, 체중도 신경 쓰이지만, 그보다는 운동을 통해 내가 내 몸을 챙기고 있다는 안정감, 그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짧은 시간이라는 의미가 더 커졌어요. 바쁜 날에도 짧게라도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면 ‘오늘도 나를 돌봤다’는 감정이 남고, 그게 하루 전체의 감정선을 바꾸기도 합니다. 운동은 이제 결과를 만들어내는 수단이 아니라, 나와 마주하는 순간 자체가 되었고, 그래서 더 오래, 꾸준히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결론
운동은 처음엔 ‘해야 하는 일’이었고, 수치를 낮추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시도와 실패,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저는 운동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 순간부터 제 삶에 녹아들기 시작했어요. 완벽한 계획보다 중요한 건 오늘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묻는 태도였고, 그 대화가 쌓일수록 몸은 점점 안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당뇨와 함께 걷는 삶에서 운동은 더 이상 채점 기준이 아니라, 매일을 살아가는 나의 방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습관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누군가 ‘무슨 운동하세요?’라고 물으면 거창한 이름을 대기보다, ‘걷고, 움직이고, 몸의 감각을 느끼려고 해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운동과도 조금씩 관계를 회복해가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당뇨 관리의 또 다른 핵심이자,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약물과 복용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6편에서는 “약에 의존하지 않기보다, 약과 함께 균형을 찾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제가 어떤 기준으로 약 복용을 받아들였고, 어떻게 스스로 조절하고 있는지를 진단 1년차의 경험으로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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