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혈당과 식후혈당, 왜 이렇게 다르지?” 당뇨 진단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저는 매일 아침과 저녁 혈당기를 들고 혼란에 빠졌습니다. 수치는 하루하루 달랐고, 어떤 날은 식후혈당이 훨씬 높더니 다음 날은 오히려 공복혈당이 문제였습니다. ‘어제는 밥을 덜 먹었는데 왜 수치가 올랐지?’, ‘분명히 식후에는 괜찮았는데 아침에 왜 또 이렇게 높아?’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을 의심하고 불안해하며 혈당 수치를 노려봤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숫자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내 몸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막막함’이었어요.
저는 40대에 당뇨 진단을 받았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었지만 정작 내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몰랐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실감했어요. 그래서 더 궁금해졌습니다. 도대체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은 뭐가 다르길래 이렇게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걸까? 의사 선생님의 설명도 들었고, 책도 찾아봤고, 블로그와 논문도 읽으면서 이 수치들이 내 몸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하나씩 정리해보기 시작했어요. 단순히 ‘얼마가 높다 낮다’보다도, ‘왜 이럴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이 글은 그 과정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의 차이를 수치로만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이면에서 내 몸이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었는지를 이해하고 싶어서 남깁니다.
[당뇨일기 1편 ] 처음 당뇨 진단 받았을 때 글도 함께 읽으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2025.04.17 - [분류 전체보기] - [당뇨일기1편] 처음 당뇨 진단 받았을 때, 내가 제일 먼저 검색했던 것들
[당뇨일기1편] 처음 당뇨 진단 받았을 때, 내가 제일 먼저 검색했던 것들
당뇨 진단 1년차가 가장 먼저 했던 일들의 저의 당뇨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당뇨라는 단어는 제 인생에서 아주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도 아니었고,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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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복혈당과 식후혈당, 도대체 뭐가 다른 건가요?
당뇨 진단 초기에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 중 하나는 바로 혈당 수치였습니다. 매일 측정해도 숫자는 들쑥날쑥했고, 특히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이 다르게 나올 때마다 혼란스러웠습니다. 어떤 날은 식후혈당은 무난한데 공복혈당이 높았고, 어떤 날은 반대였어요.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도대체 뭐가 더 중요한 거지?’라는 의문이 생기면서 저는 이 두 수치가 단순히 시점 차이만 있는 게 아니라, 의미 자체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복혈당은 최소 8시간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하는 수치로, 주로 아침 기상 직후에 측정합니다. 이 수치는 밤 사이 간에서 포도당이 얼마나 분비되고, 인슐린이 그걸 얼마나 잘 억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반면 식후혈당은 식사 후 2시간, 섭취한 음식이 소화 흡수된 이후 혈당이 얼마나 올랐고, 인슐린이 그 상승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잡아주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즉, 공복혈당은 간의 역할과 야간 대사 기능을, 식후혈당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 반응을 반영하는 셈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저는 숫자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그 숫자들이 말하고 있는 몸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높다”, “낮다”의 판단보다, 왜 그런 수치가 나왔는지를 해석할 수 있게 되니 식단이나 수면, 활동과의 연관성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전날 저녁을 늦게 먹거나, 잠을 설친 다음 날 아침에는 공복혈당이 눈에 띄게 올랐고, 정제 탄수화물을 많이 먹고 나서 움직이지 않은 날은 식후혈당이 확실히 반응했습니다.
지금도 저는 매일 아침 공복혈당을 측정하고, 하루 한 번은 식후혈당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두 수치를 비교하면서 오늘 내 몸 상태가 어떤지, 어제 어떤 생활 습관이 영향을 줬는지를 조금씩 파악해가고 있어요. 예전처럼 수치 하나에 흔들리기보다, 그 이면의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훨씬 나를 안정시켜주고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2) 처음엔 수치에 너무 집착했습니다
당뇨 진단을 받고 가장 먼저 바뀐 건 아마도 제 아침 루틴이었을 겁니다. 눈을 뜨자마자 혈당기를 꺼내 공복혈당을 확인하는 게 하루의 시작이 되었고, 그 숫자 하나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기 시작했어요. 공복혈당이 120을 넘으면 괜히 하루 종일 우울했고, 110대가 나오면 그날은 괜히 안심되기도 했죠. 식후혈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시간 뒤 수치를 보며 ‘어제보다 나아졌네’, ‘이번엔 왜 이렇게 높지?’를 반복하며 숫자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숫자가 목표가 되어 있더라고요. 혈당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낮은 수치를 ‘만들어내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 거죠. 식사 시간, 양, 종류보다는 측정할 때 수치가 잘 나오는 것만 신경 썼고, 낮게 나왔던 날만 반복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몇 주를 보내고 나서 몸이 점점 지쳐가는 걸 느꼈어요. 수치는 안정적인데 컨디션이 나빠졌고, 마음은 늘 불안했습니다. 숫자를 컨트롤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숫자에 지배당하고 있었던 거죠.
그때부터 저는 한 걸음 물러나 보기로 했습니다. 매일 기록한 수치 옆에, 먹은 음식, 수면 시간, 스트레스 지수, 기분 같은 것도 함께 적어보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번거롭다고 느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록들이 의미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는 야근하고 늦게 자서 그런가 보다’, ‘오늘은 밥은 적게 먹었지만 활동량이 적었네’, ‘그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구나’ 같은 연결점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니까, 숫자 자체보다 흐름이 보였습니다.
지금은 수치 하나만 보고 놀라거나 자책하지 않습니다. 대신 “왜 이 숫자가 나왔을까?“라는 질문부터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수치는 결과일 뿐이고, 그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짜 관리라는 걸 뒤늦게나마 배운 거예요. 혈당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더해준 건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그 숫자와 함께 살아가는 나 자신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3) 이해하고 나니, 조절이 시작됐습니다
수치에 매달리던 시기를 지나면서 저는 조금씩 ‘조절’이라는 개념에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혈당을 낮추기 위해 극단적인 식단 제한이나 무리한 운동만 반복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혈당이라는 숫자가 몸속 어떤 메커니즘을 반영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관리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숫자를 억지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흐름을 읽고 필요한 행동을 선택하는 쪽으로 바뀌게 된 거예요.
예를 들어, 같은 밥을 먹었는데 어떤 날은 식후혈당이 잘 나오고, 어떤 날은 그렇지 않았던 이유를 처음엔 몰랐습니다. 그런데 식사 전에 짧게 산책을 했던 날, 단백질과 섬유질을 먼저 먹었던 날, 혹은 식사 후 커피를 마시지 않았던 날이 유독 안정적이었다는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건 혈당기를 꾸준히 사용하면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치였고, 단순히 식단표만 따라선 절대 알 수 없는 감각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GI지수보다도 ‘조합’이 더 중요하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과일을 먹어도 요거트와 함께 먹으면 훨씬 안정적이었고, 흰 쌀밥도 채소와 단백질을 곁들이면 그리 위험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샐러드만 먹었는데도 오를 때가 있었는데, 그날은 드레싱에 당이 많았던 거였죠. 혈당이라는 건 음식 하나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 그날의 수면, 스트레스, 활동량, 심지어 식사의 순서나 속도까지도 영향을 준다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저는 숫자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패턴을 관리하는 쪽으로 시야를 넓히게 됐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이해하고 조정하면서, 식사 시간이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라 실험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날은 성공했고, 어떤 날은 아쉬웠지만, 매번 피드백을 얻는 느낌이었어요. 혈당 수치는 이제 저에게 경고가 아니라 대화의 신호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혈당기가 저를 평가하는 도구가 아니라, 제가 나를 더 잘 알아가는 길잡이처럼 느껴집니다.
4) 지금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진단 초기에는 매 끼니마다 혈당을 쟀습니다. 식전, 식후 1시간, 2시간… 하루에 다섯 번도 넘게 찌르다 보니 손끝이 늘 얼얼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걸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수치를 계속 기록하다 보니 저는 제 몸의 ‘패턴’을 이해하게 됐고, 지금은 그에 맞춰 측정 횟수보다 ‘관찰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혈당을 관리하고 있어요.
현재는 공복혈당은 매일 체크하고, 식후혈당은 식단이 바뀌었을 때나 특별히 불안한 날만 확인합니다. 예전처럼 수치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요. 대신 오늘 어떤 음식을 먹었고, 얼마나 움직였고, 얼마나 잤는지를 전체적으로 봅니다. 하루의 혈당은 그날 하루만의 결과가 아니라, 어제의 수면, 지난 며칠간의 습관, 스트레스 누적까지도 모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음식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혈당 안 오르는 음식’만 골라 먹으려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조합해서 먹을지’에 집중합니다. 탄수화물을 아예 끊지 않고, 식사 순서를 조절하거나, 식사 후에는 반드시 움직이거나, 식사 간격을 너무 길게 두지 않는 식으로 조율하죠. 완벽하게 지키기보다, 무너지지 않게 유지하는 방식이 오히려 오래갑니다.
무엇보다 달라진 건 제 태도입니다. 혈당이 조금 높게 나왔다고 해서 더 이상 자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왜 그런 수치가 나왔을까’를 돌아보고, 다음 선택에 반영하려고 해요. 그게 가능한 건 지난 1년 동안 수치를 해석하고 몸을 관찰하며 쌓아온 작은 감각들 덕분이겠죠. 지금도 완벽하진 않지만, 저는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감각이야말로 수치보다 훨씬 중요한 당뇨 관리의 기준이라는 걸,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결론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몸이 말하는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숫자만 따라가느라 지쳤지만, 지금은 그 수치를 통해 내 생활을 되돌아보고 조율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어요. 수치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수치를 읽는 감각이 생겼다고 할까요.
이제는 또 다른 수치, 당화혈색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처음엔 도무지 이해가 안 됐던 숫자였고, 한동안 낮추기 위해 애썼지만 성과가 없던 수치이기도 했어요. 다음 당뇨일기 , 3편. “당화혈색소 수치, 왜 낮추기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이 수치가 말해주는 진짜 의미와 조절을 위해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